은영이가 자란다

오늘따라

웃어요^^ 2016. 11. 18. 12:43

 

 

집으로 돌아 오는 길 계단에 몰려 서있는 여중생들 때문에 잠시 걸음을 멈추어야 했던 은영이가 말했다.

 

"오늘따라 언니들이 왜이케 많아?"

 

대체 은영이의 어휘력은 얼마만한 가속도가 붙는건지 모르겠다.

 

만 두살짜리 아이가 '오늘따라' 라는 말을 적절한 상황에 쓸 수 있으리라고는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은영이의 언어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더욱 조심스럽고 신경써서 말을 해야겠단 부담감마저 든다.

 

내 일거수일투족이 은영이에게 반영되어 아이의 성장과정에 다소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중압감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게다가 손주를 잘 키운 능력자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을라치면 조바심도 나거니와 위축감도 느낄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

 

요즘 부쩍 질문이 많아진 은영이는 끊임없이 뭔데?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나를 당혹케도 하고 미소짓게도 한다.

 

그러고보니 살면서 나에게 가장 많은 미션을 주는 사람이 바로 손녀 은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