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이가 자란다

인생은 은영이처럼~

웃어요^^ 2021. 10. 8. 09:43

배추김치없이 먹는 밥이 심심해져서 절임배추를 주문했다.

가을김치를 담기로 한 날 은영이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한다.

야무지게 앞치마랑 머릿수건까지 챙겨와서는 김치 버무릴 대야 앞에 포진하고 앉았다.

망설임없이 배추 한 포기를 제 앞에 있는 대야에 척 갖다 넣더니 "고추장을 발라야 해"하면서 양념을 배추에다 쓱쓱 문지른다. 

김치 담는 일을 노동처럼 여기고 진을 빼는 이 할미가 무색할 정도로 은영이는 거침이 없다.

내가 하는 양을 한 번 보고는 그대로 따라서 배추를 뒤집어서 양념을 바르고는 척 걸쳐놓으며 한개 완성, 하고 소리를 지른다. 김치담는 일이 은영이에게는 유쾌한 놀이가 되는 모양이다.

은영이와 함께 발랄하게 김치를 만들다보지 절임배추 10kg이 순식간에 김치가 되어 통속으로 들어갔다. 

노동을 놀이처럼 즐기며 수행하는 손녀를 보며 인생도 그렇게 살면 후회할 일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덟살 손녀에게서 많은 걸 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