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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쓰는 즐거움

홍어 /김주영

2010년 3월 9일 화요일

 

세영의 성장소설같은 <<홍어>> 바람을 피워 동네에서 쫒겨난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어머니와 '장손'이란 허울좋은 멍에를 걸머지고 자라나는 14세 소년 세영은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덩이같은 '삼례'를 통해 이성에 눈을 뜨고 높은 벽같은 엄마를 어렴풋이나마 이해를 해 가던 중 아버지가 돌아온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기다리던 아버지가 돌아 온 다음 날 아침, 눈내린 마당에 난 엄마의 고무신 자국.

 

... 그 때만은 내 몸 속에 연결되어 있는 작고 큰 뼈마디들이 삼엄한 고리들을 풀고 낱낱으로 흩어져 누워 있다는 온전한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 침전물처럼 가라앉는 고요와 게으름

... 제사상에 떨어지는 촛농처럼 서럽게 흐느꼈다.

... 오월 하순의 햇살은 언제나 아침나절부터 깨진 유리그릇처럼 눈부셨다.

... 새순냄새가 듬뿍 밴 하의바람

... 조청처럼 달디 단 오월의 햇살이 등 뒤로 가만히 다가와 부드러운 손으로 내 양미간을 감싸 안았다.

... 심장이 콩 튀듯

... 원래 수줍음을 많이 타는 눈은 언제나 밤에 내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아침에야 그의 자태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 모든 것에는 무릇 강한 점과 약한 점이 공존하는 것이다.

... 시계의 초점처럼 예민하게 간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