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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가 자란다

두 시간 동안~

아침 잠에서 깬 은영이는 제 부모가 출근하고 없는 상황에 대해 두 가지로 반응을 한다.

 

하나는 앙앙 울면서 엄마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것이다. 엄마가 회사에 갔고 당장 볼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한동안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다른 반응은 그야말로 쿨하게 엄마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곧바로 놀이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은 엄마 아빠 회사 갔어? 하고 일어나 두유 한 잔 마시고 인형놀이를 하더니 무엇에 심통이 났는지 트집을 잡으며 울기 시작하는데, 9시에 시작된 항명은 11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멈췄다.

 

졸음을 참지못하고 의자에 선 채로 졸면서도 안아주는 것도, 침대에 누이는 것도 거부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악을 쓰고 우는 통에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건드리면 더 강하게 저항하고 울어서 제풀에 지칠 때까지 놔두는 수 밖에 없었다.

 

식탁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으면서 눈치를 살피니 저도 지쳤는지 슬그머니 다가와 안기면서 '오늘 간식은 뭘까' 한다.

 

친구들이 뭐하는지 가볼까 하니 응, 하면서 얼른 양말을 신고 인형을 안고 현관 쪽으로 나간다.

 

'할머니 으농이 이제 안울어' 제 스스로 감정을 추스릴 줄 아는 것 같아 대견하고 제딴에는 자아형성을 위한 힘든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에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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