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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가 자란다

찝찝해

은영이가 다가와 소매를 끈다.

 

"할머니 나 응가했어요, 치워주세요, 찝찝해요."

 

이제 27개월에 접어든 아기의 표현력치곤 경이로운 수준이다.

 

손녀바보인 할머니의 착각이라 해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만, 뛰어난 어휘력과 표현력을 지닌 것만은 틀림이 없다.

 

어릴 적 내 엄마는 종종 내게 커서' 아나운서가 돼라'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TV에 나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어렸을 적의 나는 말을 꽤 잘했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큰언니가 방송국의 어린이 합창단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니 동생인 나는 아나운서를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었는지.

 

어쨌거나 또렸한 발음과 맑은 발성으로 제법 긴 문장을 조리있게 말하는 은영이를 보면 나날이 늘어가는 어휘력만큼이나

성장하고 있을 지능과 감성이 얼마나 무한할지 기대와 희망과 책임 등이 느껴진다.

 

깨끗이 씻고 난 은영이는 기분이 좋은지 생일축하노래를 늘어지게 뽑는 중이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양(랑)하는 뽀요요 생일 축하~~~ 합니다."

 

말을 잘 하는 것 만큼 노래도 잘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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