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온도 섭씨 38도, 습도 60퍼센트의 핫요가 스튜디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배어 나오고, 동작이 시작되면 땀방울은 이내 개울이 되어 이마를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한 시간의 인내는 십년의 안락’이라는 그리스 속담을 되뇌며 안간힘을 다해 동작에 몰두하다보면 한 시간이 금세 지나고, 한 바가지는 족히 흘렸을 땀으로 흠씬 젖은 몸을 바닥에 누인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남아있는 여운을 느껴본다. 어느새 탁한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홀가분하면서도 적당한 피로감이 몸을 감싼다.
요가는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통일, 순화시키고 초자연력을 얻고자 행하는 인도 고유의 수행법이다. 그 중에서도 핫요가는 인도의 무덥고 습한 환경을 그대로 스튜디오에 재현해서 수행하는 요가로 그 후끈한 실내공기에 적응하기까지는 꽤 인내가 필요했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균형이 깨져버린 신체구조는 새우처럼 웅크리고 자는 게 더 편하게 되어버렸기에 늘상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기분은 찌뿌드드했다. 핫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잘 수 있게 되니 찜통 속에서 30일 남짓 악전고투한 나 자신이 기특해서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요가란 산스크리트어로 어울림, 결합이란 뜻이다. 자아를 잊고 명상의 대상에 집중하여 대상과 자신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니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면 금방 균형을 잃고 자세가 흐트러져 넘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강사는 욕심 부리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것과 주위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자신한테만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처음 온 사람이 잘못된 동작을 하면 공연히 훈수를 주려다 내가 휘청거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입은 요가복이 예뻐서 거울을 통해 흘깃거리다 비틀대고, 앞에 앉은 이가 어려운 동작을 쉽게 해내면 ‘나도 한 번’하면서 흉내 내다가 기우뚱 넘어가기도 한다.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쓰다가 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어디 요가뿐이랴.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고야/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을 고치고자//
영화《친절한 금자씨》에서 나오는 ‘너나 잘 하세요’란 대사처럼 나부터 잘 단속하고 볼 일이다.
서울 문화투데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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