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이는 제 엄마가 곧 온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놀이터엘 나가자고 졸라댔다.
길이 어긋나면 제 어미도 힘들고 나도 피곤한 참이었다.
마침 집에 다리 마사지기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덩치가 큰 탓에 열어 볼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은영이의 관심을 돌려 볼 궁리를 했다.
박스를 열고 물건을 꺼내야하는데 은영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니 안고 있던 인형을 냉큼 내려놓고 달려 왔다.
제깐에는 힘을 주어 열심히 잡아 당겨 박스에서 물건을 꺼냈다. 은영이가 한 일이라고는 끙끙대며 영차영차 기합을 넣는게 다였지만 커다란 마사지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를 하며 기뻐했다.
'은영이가 도와줘서 쉽게 꺼냈네, 고마워.' 하니까 한껏 고무된 은영이가 말했다.
"할머니, 은영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정말로 은영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