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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가 자란다

I feel super good

코로나때문에 온라인수업을 하는 은영이를 잠깐 보러 갔다.

체육수업이 진행중이었다.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스쿼트, 플랭크 동작을 열심히 따라하는 은영이를 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저만치 자랐나 싶어 대견스러워서 살짝 감동하고 있었다.

10분 쉬는 시간동안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데 은영이는 수다대열에 참여하진 않았다.

같이 떠들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참견같아 입을 다물었다.

할머니도 눈치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이 학생 이름을 하나씩 부르면서 '오늘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심 은영이가 어떤 대답을 할까 궁금했다.

드디어 은영이 차례, 질문을 받은 은영이가 "I feel super good."이라 말하길래 속으로 '제법인데? super란 단어를 쓰다니, 그런데 왜 그렇게 느낄까?'했다. 선생님이 왜 그런지 묻자 은영이가 답했다. "granma is my home."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뭉클하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제 엄마의 걱정과 달리 영어수업에 적극적인 것도 흐믓했고 단어 선택이 탁월한 것도 기특했고 무엇보다 할머니가 집에 와서 특별히 좋다고 말해주니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식과 손주, 사랑하는 것은 똑같지만 그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고, 부모도 처음이고 조부모도 처음이니 시행착오가 생길 수 밖에 없지만 부모자식 간의 사랑과 희생과 기쁨은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일생의 과업같은 것이다.

부모로서의 부족함을 조부모가 되어 조금이나마 상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엉뚱한 망상을 하면서 손녀에게서 받은 긍정의 에너지를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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