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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가 자란다

봄이 오는 소리 아직은 얼음을 품은 듯 찬바람이 불지만 가느다란 봄 한줄기가 숨어있는듯 보드라움이 약하게 느껴진다. 그러길래 새들도 찬공기 속에서 짹짹 소리내어 보는 것이다. 아직 물기없이 마른 나무가지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작은 새들이 예쁜 소리를 내자 은영이가 새가 운다며 봄이 왔나보.. 더보기
그렇구나~ 새로 산 인형 콩콩이는 몸통이 솜으로 되어 있어 전엣 것 처럼 목욕을 시킬 수 가 없다. 은영이는 그것이 못내 아쉬운 듯 인형이 물에 닿으면 안된다고 여러번 얘기한다. 그래서 내가 그래, 라고 맞장구를 쳤더니 이내 "왜?"라는 물음이 되돌아 온다. 솜으로 되어있고 건전지가 들어있어 물이 들어가면 고장이 난다고 설명해줬더니 잘 알아들었다는 듯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은영이는 정말로 내 얘기를 이해했을까. 그렇다면 만29개월의 아가치곤 굉장한 이해력이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그저 어른흉내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을까. 그렇구나, 한마디가 주는 공감과 이해, 안도감이 작지않은데 내 보기엔 은영이는 그 말이 주는 의미를 진정으로 알고 있는 듯 하다. 오늘도 나는 손녀바보가 되어 넋을 잃고 입을 헤벌린.. 더보기
내 말 잘들어 조가비같은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나를 빤히 올려다보면서 얘기했다. "할머니 이제부터 내 말 잘들어"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는 생각과 함께 얼떨결에 응 하고 대답을 했다. 내 대답을 들은 은영이는 씩씩하게 혼자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제가 내 보호자라도 되듯이 말이다. 은영이는 역활놀이를 하고 있나보다. 스스로 할머니의 보호자가 되어 늠름하게, 폼나게 해보고 싶었나보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을 자신만만하게 길라잡이를 하면서 콩콩 뛰어가고 있다. 경이롭다는 표현을 안쓸수가 없다. 어느새 저만큼 자라서 어른흉내를 내면서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는 아이를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게 감격스럽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느끼지 못했던 세세한 감정들로 나는 하염없이 무장해제 당하고 있다.. 더보기
감성충만 은영이 월요일은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도 겪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말 휴일을 지나고 월요일에 은영이를 만나면 알게모르게 부담감이 살짝 배어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은영이가 제 엄마아빠가 출근하고 없다는 것을 알곤 시무룩해졌다. 기분을 전환시키고자 한 내 말이 은영이의 울음을 촉발시켰다. 할머니가 이틀동안 은영이 보고싶어 울 뻔했는데 꾹 참고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고 했더니 이내 입술을 씰룩이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것처럼 울먹였다. '함머니 으농이 보고싶은데 참은거야?'하며 내 얼굴을 만졌다. 순간 당황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리다. 은영이의 감성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아이가 감정이입을 너무 깊이 하는 건 아닌가. 심성이 지나치게 여린 것은 아닌가, 갖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진 마음은 그러나 은영.. 더보기
안녕히 갈께요 유모차에 인형을 태우고 "안녕히 갈께요"라며 공손히 인사를 한다. 언어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은영이는 종종 제가 만든 단어로 이야기하곤 한다. 따라서 내가 못알아듣는 것은 당연하고,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재미있다는 듯 방글거리며 웃는다. 안녕히 계세요,와 저는 갈께요 가 합쳐져서 안녕히 갈께요가 되었나보다. 은영이의 기발한 발상이 웃음과 기쁨을 준다. 오늘 또 한 번 힐링이다. 더보기
할머니 좋아하는 걸로~ 은영이를 데리고 수퍼에 갔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더니, "할머니 좋아하는 걸로 많이 고르세요." 한다. 마치 어른이 아이에게 맛있것을 사 줄테니 골라보란 것처럼 능청스러워 한참을 웃었다. 제것을 고르기 전에 할머니부터 챙겨주니 기특하다. 비록 아전인수격 해석일지라도 기분이 좋다. 더보기
백구 이야기 요즘 은영이는 슬픈 백구 이야기 노래에 푹 빠져 있다. 백구가 왜 주사맞다 도망을 갔는지, 왜 길을 건넜는지, 큰 차가 아니고 작은 차 였다면 안 부딪혔을지,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노래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다가 가사를 듣고 슬픈 표정을 짓는다던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노래를 띄엄띄엄 따라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손녀바보가 된 할머니는 은영이에게 감탄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 더보기
어부바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는 준상이가 어제는 제 엄마 등에 업혀서 등원을 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은영이는 왜 준상이가 엄마 등에 업혔는지 의아해했고 또 부러워했다. 은영이도 엄마가 업어줬으면 좋겠구나,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아침, 그날따라 고분고분 등원준비를 하던 은영이가 '나 업어줘'한다. 아마 어제 준상이가 제 엄마에게 업힌 것이 은영이에겐 엄청 부러운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업힌 것이 좋은지 종알거리며 어린이집까지 갔다. 제딴에는 엄마와 함께 하고픈 욕구를 참고 있었다는 게 안쓰럽고 한편으론 대견했다. 할머니가 엄마의 대체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조바심도 나고 걱정도 됐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