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의 글이 항상 그렇듯 마음속 깊이 묻혀있던, 숨어있던 작은 감성들을 톡톡 건드려 예민하게 만들어 준다.
생각지도 못했던, 생각할 생각조차 안했던 상념들을 깨워주고는 그대로 느껴봐, 하고 사라진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 아련함은 그대로인데 왜그런지는 모른다. 그의 글은 바람처럼, 바람이 부는 것처럼 스쳐지나가고 훝고 지나간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옆에 있었던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이따금 그림움에 젖게도 한다.
촉촉한 책이다. 는개처럼 서서히 스며드는 글이다.
작가는 유명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잘 모른다. 자세히 알고 싶지 않다. 그냥 촉촉한 감성을 잘 느끼게 해주는 수분크림같은 사람으로 내 마음속에 남겨두고 싶다.
《바람이 분다》를 처음 읽었을 때 뭐 이런 남자가 다있어? 란 던 것이 생생하 다.
남자도 이럴 수가 있구나, 남성감성이 이토록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첫번째 만큼은 아니어도 이번 책도 덮고 난 뒤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게 만든다.
앙상한 가지가 삭풍에 흔들리는데 그 풍경조차도 무슨 말인가 하려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를 차분하게 해주는 착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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